Q. 이렇게 흔들림 없이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는데, ‘커리어 사춘기'를 겪기도 했다고요.
사회 초년생 때는 그저 일만 생각하면 됐어요. 일이 곧 나였고, 챙겨야 할 가족이나 이슈들이 별로 없었죠. 그저 일을 잘하기 위한 테크닉을 키우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오롯이 일만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 놓였어요. 생애 첫 육아와 이직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원래의 나와 새로운 역할, 개인의 성장과 책임감 사이에서 커리어 사춘기를 제대로 겪었어요. 전 직장이 육아휴직 기간에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퇴사하게 됐죠. 어긋나는 경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로 만들 수도 있거든요. 내가 계속 가고자 했던 방향과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때 비로소 제대로 나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어려운 시기를 겪어내는 데에 도움이 됐던 방법들은 무엇이었나요?
삶에서 어떻게 일과 내가 건강한 관계를 맺고 지속해나갈지에 대해 생각했어요. 마치 연애하는 것처럼요. 일이 너무 좋아서 거기에만 몰두했다가 만약 일을 상실하면 그 순간 무너지더라고요. 건강한 연애는 서로를 존중하고 적당한 거리를 갖기도 하잖아요. 그래야 일과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은 평생 함께하는 거니까. 그런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놔요.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들을 기록하고 키워드를 뽑아보니 ‘내가 한 일이 없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이 사라졌고요. 또, 저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해요. 제가 놓친 부분을 잡을 수가 있으니까요. 퇴근 후에는 강의를 듣거나 각기 다른 커뮤니티에 참여해요. 다양한 사람과 연결되면서 제 내면을 확장시키는 중이죠.
Q. 헤이조이스 참여 또한 내면 확장의 일환일까요?
우선 비슷한 연차의 워킹우먼들을 만나고 싶단 마음이 간절했어요. 일에 있어서는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동시대에 일하는 여성이 서로 가장 잘 통한다고 생각해요. 때론 일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는 저 자신이 유별나게 느껴지거나, 제 문제에만 갇힌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연결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텐데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헤이조이스를 만났죠. 멤버들은 모두 일에 대해 진심이고, 더 나은 나를 위해 아낌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분들이었어요. 연차별 모임의 경우, 13년 차에서 30년 차까지 고년차 워킹우먼들이 함께하다 보니 업무 분야는 모두 달랐지만 고민하는 지점들이 비슷했어요.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위로가 됐어요.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워킹우먼들의 존재가 오늘 하루도 지속할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헤이조이스를 통해 얻은 것은 ‘사람',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이에요. 덕분에 저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앞으로 헤이조이스를 통해 보다 많은 워킹우먼들이 ‘연결’되고 나의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라요. |